[정년교수 인터뷰] 박기헌(전자전기공학부) 교수
- 정보통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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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0-21
ㅣ정년교수 인터뷰ㅣ정년을 맞이한 교수님의 회고와 후학에게 전하는 말
박기헌 교수(전자전기공학부)
안녕하세요. 교수님 일단 이렇게 서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Q1. 교수님. 제어 공학 연구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어 공학은 단순하게 설명하면 피드백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피드백 기술은 많은 산업 응용에 들어가는 중요한 요소 기술입니다. 따라서 통신, 전력, 반도체 같은 다른 분야와는 달리 제어 공학은 특정 응용 대상이 없는 학문인데 이러한 특징은 단점일 수도 있고 장점일 수도 있습니다.
특정 응용 대상이 없으므로 일반 사람에게 설명하기가 어렵고 대규모 과제 제안을 할 때 주도적 위치에 서기가 어렵다는 사실은 단점으로 불 수 있습니다. 반면에, 특정 응용 기술은 그 분야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경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제어 공학은 당시의 필요한 연구 분야에 항상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 예로, 자율 주행 차량 개발은 현재 진행 중인 가장 중요하고 유망한 연구 분야 중 하나인데 이 분야에 많은 제어 공학 전공자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습니다.
Q2. 학생들의 연구 지도를 어떤 방법으로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본격적인 연구는 주로 대학원에서 이루어지므로 석박사 학생들의 지도에 대해서 언급하겠습니다.
제어 공학 연구는 대상 시스템의 특징을 파악하여 이를 수학적 모델로 근사화하고 이 모델을 바탕으로 필요한 피드백 설계를 수행하는 내용이므로 수학적 논리를 전개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석사과정에서는 기초적인 이론을 배우게 하고 간단한 실험 과제를 수행하여 배운 이론을 실제 응용해보는 과정을 경험하게 하였습니다. 박사 과정에서는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자기만의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데 이 과정은 기존의 연구 내용을 단순히 따라가는 공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과정입니다.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연구 결과를 주장할 때 이 결과가 맞는지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그래서 박사 연구가 한 차원 높은 연구가 되는 것이지요.
박사 논문에서 다룬 연구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 낡은 것이 되겠지만 그래도 박사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논문을 쓰는 동안에 얻어진 사물을 바라보는 논리적, 과학적 사고방식은 계속 남기 때문입니다. 결국, 논리적 사고방식의 훈련이 모든 연구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3. 교수님의 연구 성과와 발전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학문의 특성상 공학 분야는 순수 과학보다는 산업 현장으로의 응용이 강조되는데 저는 응용보다는 이론적인 연구를 많이 수행하였습니다. 제어 공학이 발전해온 과정을 보면 산업 분야의 필요성에 의해 이론이 개발되어온 경우가 많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에 의해 이론이 먼저 개발되고 후에 이를 이용하는 응용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제가 개발한 여러 연구 결과들을 정리한 책이 “Design of Linear Multivariable Control Systems”라는 제목으로 지난 8월에 출간되었습니다. 여기에 소개된 연구들, 특히 비결합 제어에 관한 연구는 산업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초기 단계인데 앞으로 이에 대한 많은 응용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4.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책은 대학원 박사 과정의 교육 교재이기도 하고 또한 저의 연구 결과를 정리한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아직 안 풀린 문제를 하나 언급한 것이 있는데 당분간은 이 문제를 더 연구할 예정입니다.
현재 90% 정도 풀린 상태인데 나머지 부분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더 진행해 보아야 알 것 같습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마지막 약간의 내용이 해결이 안 되어서 끝내 완결을 보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실망하지는 않을 겁니다. 원래 연구란 그런 것이니까요.
시간이 나면 더 해 보고 싶은 일은 실제 산업으로의 응용인데, 다행히 처남과 동서가 제조업 회사를 경영하고 있어서 이곳에서 전기전자공학 관련된 자문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볼 계획입니다.
Q5. 우리 학생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 부탁합니다.
“지식은 전달되는 것이 아니고 재창조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이 공부하는 학생들이 가져야 하는 자세를 핵심적으로 표현한다고 봅니다. 인류가 쌓아 온 방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러한 습득 과정에서 아무런 비판 없이 기존 학문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 평범하고 안이해 보입니다.
모든 학문은 기존 학문에 대한 반발로 발전되었다고도 볼 수 있고 어떤 면으로는 학자들은 기존 학설을 부정하고 기존 학설을 뒤집어 보려는 야심을 가진 사람들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정립된 학설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도 이러한 비평 정신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단순한 암기나 추종보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공부를 권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공부 방식은 시간이 많이 들지만, 최종적으로는 들인 시간에 대한 보답이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